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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 &] 이산화탄소에 탈난 바다…급격한 산성화로 해양 생태계 위협 (환경 이기택 교수

Author
POSTECH AIF
Date
2018-04-23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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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산화탄소 녹아들어 산성화되는 바다…과학자들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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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톡 쏘는 맛이 나는 `탄산수`로 변하고 있다. 인간이 대기 중으로 내뿜은 이산화탄소 때문이다. 바다로 유입된 이산화탄소는 산호초뿐 아니라 먹이 사슬 밑바닥을 차지하는 플랑크톤 성장을 방해하면서 바다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인간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을 줄이지 못한다면 2050년께부터 바다 생태계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바다의 파괴는 고스란히 인류 생존 위협으로 연결된다. 인간의 이기심이 인류 파멸을 앞당기는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는 엄중한 경고다. 지구의 70%를 차지하는 바다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거대한 스펀지 역할을 한다. 인간이 만들어낸 이산화탄소의 약 4분의 1을 흡수한다. 이산화탄소가 녹아든 바다는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이재성 성균관대 교수는 "일반적인 해수의 평균 pH는 약 8 정도지만 해수 내 용존 이산화탄소량이 증가함에 따라 해수 pH값이 8 이하로 떨어지는 현상을 해양 산성화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해양 산성화가 심해져 pH값이 1~2만 떨어져도 해양 생태계는 큰 타격을 받게 된다. 미국 로렌스리버모어국립연구소가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산업혁명 이후 전 세계 해양 pH가 0.1가량 떨어졌고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2100년에는 pH가 0.4 이상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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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수치로 보일지 모르지만 pH가 0.4 정도만 감소하더라도 산성도는 약 2배 급증하기 때문에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크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지구 전체 바다의 평균 pH는 최근 10년간 0.018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산업혁명 이후 250년간 평균치의 4.5배에 달하는 속도다.

바다로 흡수된 이산화탄소는 물과 반응해 `탄산염`과 `수소이온`을 만들어낸다. 강한 산성일수록 수소이온 농도는 높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조개나 가재 등 껍질을 갖고 있는 해양생물은 바닷물에 포함된 `탄산이온`을 이용해 골격을 만든다. 이산화탄소 흡수로 바다에 많아진 수소이온은 탄산이온과 반응한다. 해양생물이 사용해야 하는 탄산이온 수가 점점 줄면서 결국 해양생물의 성장이 영향을 받게 된다.

해양 산성화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종은 산호초로 알려져 있다. 산호초 역시 탄산이온을 활용해 성장하기 때문이다.

산호초는 열대지방 주민에게 단백질을 제공하는 어류 서식지일 뿐 아니라 폭풍으로부터 해안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산호초를 중심으로 다양한 어류가 서식하면서 산호초는 해양 생물 다양성의 보고로도 알려져 있다.

호주 서던크로스대와 미국 워싱턴대 등 공동 연구진은 해양산성화로 태평양 연안 북서부와 메인만에 있는 굴과 조개류, 산호초가 빠르게 파괴되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2월 23일자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2050년까지 해양 산성화가 계속되면 전 세계 대부분의 산호초가 생존 기로에 놓이게 된다"며 "이미 일부 지역에서는 이 같은 일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태평양과 대서양에 서식하는 산호초의 약 25%가 산업혁명 이후 산성화된 바닷물에 노출됐다. 또 지금처럼 바다 산성화가 계속되면 산호초 상당수가 2100년께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해양 산성화가 최악으로 치달으면 금세기 말 예상되는 바닷물의 pH는 6.1이다. 미국 카네기연구소는 이를 토대로 실제 자연환경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대한 실험 내용을 `네이처` 3월 14일자에 실었다. 연구진은 호주에 있는 400㎡ 규모의 산호초에 pH 6.1의 바닷물을 흘려보내는 실험을 했다.

그러자 산호초의 뼈대 형성 속도가 3분의 1로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번 실험은 해양 산성화가 산호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실제 자연환경에서 직접 확인한 첫 번째 연구다. 연구진은 "인류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지 못하면 바다 산성화가 지속되고 결국 산호초 성장을 심각하게 방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바다 산성화는 산호초나 조개, 굴 등 껍질을 갖고 있는 생물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이재성 교수팀이 지난 3월 학술지 `수생독물학`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해양 생물의 먹이가 되는 동물 플랑크톤 역시 바닷물이 산성화될수록 생식·성장 기능이 저하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진은 연안에 살고 있는 동물 플랑크톤을 pH가 6~8인 다양한 바닷물에 노출시킨 뒤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 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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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는 "동물 플랑크톤과 같은 요각류가 산성화된 바닷물과 만나면 이를 방어하기 위해 에너지를 사용하게 된다"며 "결국 새끼를 만들거나 세포를 분열할 때 사용하는 에너지가 줄어들고 겨우 목숨만 유지하는 상태에 놓이게 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 같은 현상은 중국과 홍콩 일대 연안을 비롯해 한반도 서해·남해·동해에서도 발견되는 현상"이라며 "해양 산성화를 막지 못하면 동물 플랑크톤 수가 줄면서 해양 생태계 전반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내 상황은 조금 더 복잡하다. 부산대 연구에 따르면 국내 해양 산성화 속도는 다른 바다보다 상당히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일부 지역은 여름철 pH가 7까지 떨어지는 기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기택 포스텍 교수 연구진이 동해·서해·남해 연안을 조사한 결과, 강이나 농경지 등에서 농약으로 사용하고 남은 질소 등의 영양염류까지 바다로 흘러들면서 플랑크톤과 같은 일부 생물 양이 증가하는 사례도 발견됐다. 하지만 영양염류가 해양 바닥에 계속 쌓이면 바다에서 복잡한 화학 반응이 일어나게 되고, 장기적으로 해양 산성화를 가속화할 수 있다.

이기택 교수는 "해양 산성화와 함께 인간이 만들어낸 오염물질이 해양 상태계를 상당히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며 "해양 생태계가 한번 무너지면 회복시키기 어렵기 때문에 장기적인 조사와 함께 이를 막을 수 있는 방안 논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일부 과학자는 해양 산성화를 막기 위해 `지구공학` 기술 적용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은 지난해 학술지 `리뷰 오브 지오피직스`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감람석`이나 `석회암` 등을 바닷물에 녹이자고 제안했다.

이 암석이 물에 녹으면 알칼리성이 증가하면서 바닷물에 녹아 있는 수소이온과 결합해 pH를 높일 수 있다. 이를 통해 해양생물의 성장을 돕고 바다가 대기 중에 넘치는 이산화탄소를 더 많이 흡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다만 바닷물에 녹은 감람석과 석회암이 해양 산성화를 줄일 수는 있겠지만 예기치 못한 생태계 교란을 일으키지 않을지에 대한 정교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시각도 많다.

■ 청어, 해양 산성화 될수록 더 잘 생존하는 유일한 어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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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해양생물에게 바닷물의 산성화는 재앙과 같은 일이지만 산성을 띤 바닷물이 생존에 더 유리한 일부 어종은 산성화가 반갑다.

노르웨이 과학기술대와 독일 지오마 헬름홀츠 해양연구소 공동 연구진은 `청어`가 산성화한 바다에서 더 잘 생존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생태와 진화` 3월 19일자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노르웨이 피오르(빙식곡이 침수돼 만들어진 좁고 깊은 지형)에 `메조코즘(mesocosm)`을 만들었다. 메조코즘이란 실제 해양환경을 재현하는 실외 시스템을 말한다.

바닷물을 실험실 안으로 떠와서 실험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바다에 커다란 시험관을 만든 뒤 관련 연구를 진행하는 장비다. 연구진은 부피가 50㎥에 달하는 10개의 메조코즘 안에 식물성 플랑크톤과 동물성 플랑크톤, 그리고 청어 치어를 함께 넣었다. 그 뒤 5개의 메조코즘에는 이산화탄소를 녹여 바닷물을 산성화시켰고, 나머지 5개는 대조군으로 설정해 현재 바닷물과 같은 pH를 유지했다. 과거 연구에 따르면 북유럽의 주요 어종인 대구는 해양이 산성화하면 모두 살아남지 못했다.

하지만 청어는 달랐다. 산성화한 바다에서 알이 부화되고 6주가 지난 뒤 청어 치어 생존율을 조사했더니 기존 바다보다 20% 이상 높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 이유를 밝히기 위해 청어 치어를 실험실로 가져와 물의 pH를 변화시켜가며 더 상세하게 관찰했다.

그 결과 청어 치어는 다른 물고기와 달리 pH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어가 pH 변화에 잘 적응하는 것은 어쩌면 그들의 생활 패턴과 관련이 있을지 모른다.

연구진은 "바다 밑으로 내려갈수록 이산화탄소 농도는 높아지는데 청어는 깊은 바닷속에서 알을 낳는다"며 "따라서 다른 물고기와 달리 해양 산성화에 대한 내성이 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해양 산성화에 취약한 대구는 이산화탄소 농도가 낮은 해수 표면에 알을 낳는다. 또 연구진은 청어 먹이인 플랑크톤 일부가 이산화탄소가 많은 곳에서 잘 번식하는 현상을 확인했다.

이처럼 청어가 해양 산성화에 견딜 수 있는 이유는 풍부해진 먹이와 산성화에 견딜 수 있는 유전적 능력 덕분이다. 이 같은 현상은 발틱해에 사는 홍합에서도 발견된 적이 있다.

하지만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의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연구를 이끈 카트리오나 클레메센 지오마 헬름홀츠 해양연구소 박사는 "높은 이산화탄소 농도를 유지하는 바닷물에서 청어 치어가 잘 살아남는다고 해도 이것이 산성화한 바닷물의 해양 생태계가 건강해질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고 지적했다.

실제 자연환경에서 실험했지만 청어를 잡아먹을 수 있는 포식자가 없음은 물론 모든 조건이 청어 생존에 유리하게 디자인됐기 때문이다. 클레메센 박사는 "산성화에 잘 견디는 어류를 찾은 것은 청어 단 한 종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며 "대구나 바닷물고기인 은줄멸, 산호, 커다란 플랑크톤 등 생물은 산성화한 바닷물에서는 살지 못하는 만큼 해양 산성화가 지속되면 바다 생태계 다양성이 감소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원문 보기 :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8&no=253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