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화학 김경환 교수팀, 빛이 밝힌 가벼운 물과 무거운 물

Author
POSTECH AIF
Date
2020-10-13 18:35
Views
1777
[POSTECH-스웨덴 공동연구팀, 4세대 가속기로 본 물 분자의 구조동역학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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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계의 여러 행성 중에 지구는 물이 있는 유일한 행성이다.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볼 때 푸른색을 띠는 것도 바로 이 물 때문이다. 물은 자연 상태에서 액체, 고체, 기체 상태로 존재하며 다양한 생명, 화학, 물리 현상의 근원이 된다. 한없이 투명해 보이는 이 물은 사실 액체 상태에서도 서로 다른 두 가지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POSTECH과 스톡홀름대 연구팀은 햇빛보다 100경 배 밝은 빛을 내는 4세대 방사광가속기로 물의 구조를 새로 밝혔다.

화학과 김경환 교수와 스웨덴 스톡홀름대 피보스 페라키스(Fivos Perakis) 교수 연구팀은 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이용해 액체상 물 분자의 정렬과 무질서화에 관한 구조동역학을 분석했다. 이 연구성과는 물리학 분야 권위지인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에 최근 게재됐다.

물은 4℃에서 부피가 가장 작고, 무거운 상태가 되는 등 다른 액체와는 다른 변칙적인 특성을 나타낸다. 이런 특성 때문에 한겨울 얼음 밑에서 물고기가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등, 물은 생명활동에 꼭 필요한 다양한 성질을 가지게 된다.

지금까지는 펨토초(1/1천조 초) 단위로 이뤄지는 물의 구조변화를 직접적으로 측정할 방법이 없어 이러한 물의 여러 특성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알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햇빛보다 100경(100조의 1만 배) 배 밝은 빛으로 나노 크기의 미세한 물체를 선명하게 관찰할 수 있는 슈퍼 현미경으로 불리는 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이용해 강한 전기장 하에서 일어나는 물의 구조 변화를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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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액체 상태의 물은 분자들이 무질서하게 흐트러져 있는 상태지만 레이저 빛의 전기장 속에서는 일시적으로 마치 얼음처럼 정돈된 상태가 될 수 있고 이를 광학적 커(Kerr) 효과라고 한다. 4세대 가속기의 극도로 밝고(1012 광자수/펄스) 극도로 짧은 펄스(100 펨토초 이하)의 X선은 기존 장비로 실현이 어려웠던 비등방성 X선 산란과 광학적 커(Kerr) 효과를 접목한 실험을 수행할 수 있게 했다. 이를 통해 빠르게(펨토초 시간에) 일어나는 물 분자의 구조동역학을 직접 관측할 수 있었다.

실험 결과, 물 분자가 레이저 펄스의 전기장 방향으로 순간적으로 정렬되는 것을 확인했다. 또 빠르게 정렬된 물 분자들이 160펨토초의 시간을 통해 다시 무질서하게 배열되는 것을 관찰했다. 이 정렬에 쓰인 에너지는 1피코초(1조분의 1초 : 10-12초) 후 온도가 0.1도 증가했다.

이런 실험 결과를 분자동역학 계산과 비교했고, 이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실온에서 가벼운 물이 무거운 물보다 전기장에 의해 더 잘 정렬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즉, 물이 하나의 분자 구조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 밀도와 구조를 가진 ‘가벼운 물(LDL)’과 ‘무거운 물(HDL)’로 이뤄져 있다는 가설을 뒷받침하는 새로운 신빙성 있는 증거를 제공했다.

제1저자 및 교신저자로 연구를 주도한 김경환 교수는 “이번 실험과 같이 4세대 가속기를 이용하면 물의 복잡한 구조변화를 실험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라며 “생명의 근원이 되는 물의 다양한 특성이 무엇으로부터 기인하였는지에 대한 학계의 오랜 논쟁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편, 이 연구는 한-스웨덴 과학기술 공동연구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